지난 7월 26일 여성단체 및 환경단체, 학부모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뜻을 모아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 행동 준비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발암물질 반대 운동 단체로 출범 후 첫 활동으로 이마트의 어린이 장난감 재질에 대한 조사를 실시, 지난 6일 이마트 앞에서 발암물질이 나오는 장난감의 판매를 금지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KNS뉴스통신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재직 중인 위원회의 김신범(42) 산업위생실장을 만나 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배경과 향후 활동 계획 등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 행동 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계기
김신범 산업위생실장은 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된 동기를 부여했던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며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살충제 DDT 문제 및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사고 등이 빈번히 발생하자 제일 먼저 유럽사회에서 화학물질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화학물질 검사에 대한 움직임을 보였다. 검사 초기에는 이미 수만종의 화학물질이 생활에 사용되고 있어 모든 물질을 검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기존 물질을 제외한 신규 물질들만 검사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와 소아암 등 각종 건강피해가 매년 1%씩 증가하고 불임가정이 증가하면서 기존 물질들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사람들 사이에 퍼졌고, 이에 유럽에서는 ‘리치제도’를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
리치제도는 기존, 신규 화학물질 모두 독성 평가를 해서 등록하는 제도로 이 제도 덕분에 위험물질과 발암물질 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러 물질들의 연구 논문들이 쏟아졌고, 많은 화학물질 전공 연구원들은 이렇게 나온 논문을 통해 각종 화학 물질들의 유해성을 판단해왔다. 만약 4개의 논문이 발암물질로 인정하고, 5개의 논문이 발암물질로 인정하지 않으면 발암물질이 아닌 것으로 판단을 해왔다.
“한 국제발암물질연구단체의 대표가 발암물질에 대한 논문들이 기업에 의해 조정되고 있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발암물질의 등급은 국제발암물질연구단체에 소속된 전문가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최근 발암물질의 등급이 낮아지는 일이 있었다. 그 원인은 기업에게 돈을 받은 전문가들이 발암물질 등급이 낮아질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 때까지 발표된 논문들로 기준을 삼아 연구하던 화학물질 연구가들은 대표의 양심선언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모든 연구를 다시 시작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2005년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내부 검토과정을 거치면서 2008년 발암물질 연구에 뜻을 같이 하는 국내 3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2009년 현재 위원회의 발단이 된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는 1년간의 조사 끝에 지난해 국회 본관 앞에서 발암물질목록 1.0을 발표했다. 목록에 따르면 발암위험물질을 총 3가지로 구분했고, 이에 해당하는 총 495종의 발암물질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상에 돌아다니고 있는 물질들은 130만 종이 넘는다. 그런데 그 중에서 495개면 아주 적은 부분이지 않느냐. 이 물질들이 우리 생활에 쓰이지 않도록 장려한다면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상황도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유럽 등 여러 나라는 이미 정부차원에서 발암물질 목록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해 누가 언제 어디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은 이 목록을 참고해 발암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물품을 선택할 수 있고,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도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던 발암물질을 대체물질로 바꿔 점자 발암물질을 줄여갈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렇게 함으로써 인공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상황을 우리 스스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는 국회에서 목록을 발표한 이후 조직을 계속 유지할지 다른 방향으로 넓혀야 할지 고민 했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생산 문제와 소비 문제를 다르게 생각한다. 현재까지 실시된 여러 조사들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다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소비자들보다 더 많이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바로 생산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결국 생산과 소비는 같은 선상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생활협동조합, 학부모 단체 및 노동자, 보건의료인, 환경운동가, 소비자 운동가, 어린이 운동가 단체 등 여러 관련 단체들과 협동할 필요가 있었다. 서로 뜻이 맞는 단체들이 모여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 행동 준비 위원회’가 출범하게 됐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 행동 준비 위원회가 추구하는 목적
국민들이 알고 함께 위원회 운동에 동참해 우리 생활에 녹아있는 발암물질과 같은 유해물질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유럽은 이미 2007년도부터 법을 개정해 13만종의 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야 한국형 리치제도가 실시돼 약 2,000종을 규제하기로 결정됐다.
“환경부가 뜻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업의 로비 같은 활동이 이런 조사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생각한다. 우리 위원회는 대중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공간을 만들어 개인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한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들의 성분이 궁금하다면 분석을 의뢰하는 형태가 자리잡아 모든 국민이 생활 속의 발암물질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현재 해외 어떤 나라들은 정부가 중소기업체 사장들이 알 수 있도록 대체물질 목록과 사용 사례를 소개하며 대체물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제도나 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까지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생산 현장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드러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와 접촉해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들도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흐름을 생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위험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용품 제조 및 사용을 할 수 있는 대책은?
그렇다면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용품을 만들거나 사용하는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을 바꾸면 된다. 인체에 유해하지만 제품 제조에 꼭 필요한 물질들이 있다. 하지만 이 들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들도 많은 종류가 개발됐다. 물론 이 대체물질들도 확실히 안정성이 검증된 것을 써야한다. 정확히 검증된 대체물질을 사용한다면 우리 환경에서 발암물질에 대한 안전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혹은 대용품의 사용도 가능하다. 꼭 플라스틱으로만 그릇을 만들어야할 이유는 없지 않나. 플라스틱 그릇 대신 유리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PVC 같은 재질은 대체물질이 많이 나와있지만, 납의 경우도 ‘납 없는 납땜’과 같이 전세계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해외 문헌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생산된 페인트 제품을 분석한 결과 부끄럽게도 납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분석된 제품이 바로 우리 한국 제품이었다. 제품에 위험 물질이 포함된 것이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자연적인 수준이나 규정된 수치를 넘지 않도록 규제를 확실히 해야한다”
이번에 조사한 완구류 등 물품의 재질 성분이 기재되지 않은 것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주 같은 경우 주 차원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재질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기술표준원 고지에 장난감 등은 성분 표기 의무에서 제외돼있다. 일부 제품들이 몇몇 물질만 표기하거나 아예 표기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럽의 경우 각종 제품에 대한 성분 도표가 일반인들도 알아보기 쉽게 제공돼 소비자들이 직접 살펴보고 선택한다. 우리나라도 어서 제품 성분 표기를 확실히 하고, 도표를 만들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시장이 요구하는 이상 나쁜 물질을 사용하는 제품들은 계속 생산된다. 그러므로 시장차원에서 이런 물질이 들어간 물품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제시해야한다는 게 김 실장의 지적이다. 그래야 위험물질들이 포함된 제품의 생산을 줄여 궁극적으로 우리 생활 속의 위험 물질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는 시장의 책임을 알고 개선을 한 사례가 많다. 월마트나 미국의 장난감 회사 등은 기업 스스로 PVC 등 위험 물질들의 사용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발표했고, 위험물질이 들어있는 제품은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해외 기업이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하는 모습을 우리 기업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9월 6일 이마트 어린이 장난감 분석에 실수가 있었는데…
한편 위원회는 지난 6일 이마트에서 발암물질이 첨가된 장난감이 유통되고 있다고 판매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다음 날 발표된 분석결과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정정된 내용에는 환경호르몬물질인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제품의 개수가 줄어 있었다.
“분석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직접 가스크로마토그래피로 분석했다. 크로마토그래피는 섞여있는 물질을 하나하나씩 분리해 지정된 좌표에 그래프가 나타나면 어떤 성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분석법이다. 대부분은 한 좌표에 하나의 그래프가 그려진다. 그러나 같은 좌표에 나타나는 물질들이 종종 있다. 이번 경우 프탈레이트로 분석되는 좌표에 그래프가 그려졌기 때문에 의심없이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다. 발표를 들은 어떤 회사 사장님에게서 우리 제품은 대체물질을 썼는데 다시 검사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재분석 결과 크로마토그래피의 좌표는 같지만 발암물질을 대체하는 물질인 것으로 확인돼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다”
기자회견 후 주위의 반응은?
이날 이마트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가진 이후 어떠한 반응들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이마트 앞에서 운동을 벌이고 난 후, 이마트의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와 무척 뿌듯했다. 그리고 친환경 물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후원금을 보태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또한 앞으로도 더 관리해야하는 위험 물질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보람찬 기분과 함께 기업 차원에서의 지원금은 생각지도 못했던 거라 매우 놀라울 따름이었다. 현재 위원회는 단체들의 회비나 시민들의 개인 지원금만을 모아 활동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지원금을 받을지의 여부는 준비 위원회가 의논 할 예정이다. 우리가 특정 회사의 매출에 기여를 하려고 운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 물질을 배제하고 대체 물질을 도입하는 분들에게 칭찬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위원회의 계획은 무엇인가?
위원회는 앞으로 이마트 외 다른 대형마트의 어린이 장난감들을 검사하고 이후 캔 제품에 들어가는 물질을 분석할 계획이다. 또 다른 계획을 하고 있는 제품은 자동차다. 현재 발암물질로 판정돼 외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질을 현대.기아자동차 쪽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회사로 공문을 보낸 상태이다.
그 외에 발암물질인 것을 알면서도 대량으로 사용하는 여러 회사들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위원회는 이런 회사들에 공문을 보내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며 실제로 발암물질을 줄일 수 있는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산부와 아이들의 경우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양이 더 많고 위험성이 높다. 때문에 더욱 물질에 대해 알아보고 조심해야하는데 식약청에서 제공하는 환경물질 안내는 일반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돼있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위험화학물질 노출을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에 식약청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화학물질을 연구하는 연구원이기 때문에 목록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알아보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가공되어 상식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우리가 운동을 펼칠 것 중에 하나다”
김 실장은 끝으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용기도 필요한 운동이다. 우리의 생활에 가까이 있는 문제인만큼 많은 국민들이 성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뉴스통신 9월 28일 조혜진/김현수 기자http://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25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