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2020년 파트너단체 일과건강,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과 함께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안전하고건강한학교만들기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중 <유자학교(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과 캠페인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인데요. 2020년 가을, 서울, 수원, 인천지역 초등학교 28개 학급 및 동아리(학생 680여명, 교사 28명)가 유자학교 시범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오늘은 지역의 시민단체, 복지관과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마을과 학교 만들기에 도전한 인천 서흥초등학교의 활동 이야기를 전합니다. |
<유자학교>는 초등학교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유해물질을 포함한 환경문제에 대해 배우는 곳입니다. 어린이들은 유자학교에서 ‘화장품의 전성분 유심히 살펴보기’ 등 유해물질이 일상 곳곳에 있음을 알아갑니다. 나아가서는 ‘플라스틱 제로’ 등 유해물질과 연결되는 문제로 환경에 대한 관심사를 넓혀가지요.
인천 서흥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유자학교는 창영종합사회복지관이 주관하는 <클린지구 캠페인>과 결합하면서 학교를 넘어 지역으로 교육과 활동이 확장됐습니다. 여기에 아름다운가게 동인첨지점이 결합해 학생들에게 윤리적 소비와 물품의 재사용을 강조하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학생들은 유해물질과 환경문제에 대해 온 마을이 화답하는 경험을 통해 한뼘 더 성장했습니다.
유해물질 이슈를 포함해 환경에 대한 배움과 실천이 학생들의 공감을 얻었을까요? 환경문제가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주체들은 어떻게 함께 해나갈 수 있었을까요? 송한별, 김경미, 양강순 선생님, 유성훈, 박소현 사회복지사님과 ‘교실 안’이 아닌 ‘교실 밖’으로 성큼 나아가 더 큰 배움이 된 유자학교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을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유해물질과 플라스틱 문제를 배운 인천서흥초등학교 동아리
유자학교로 연결된 학교와 마을
송한별: 학교에서는 유자학교 커리큘럼 중에서 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이후에는 창영종합사회복지관과 아름다운가게 동인천지점, 인천동구 자원봉사 센터로, 7월과 8월 동안 총 4개의 기관이 수시로 협업하는 교육이 이뤄졌어요. 유해물질 중 플라스틱 관련 내용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 교육을 마을의 맥락에 맞게 재구성해보자는 시도였지요. 참여한 주체들끼리 많은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실천도 함께 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유성훈: 당시 학교에서는 유자학교를 진행하고 있었고 창영복지관에서는 <클린지구 캠페인>이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두 사업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기관의 박소연 선생님이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해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었고 업사이클링의 일환으로 재활용 장난감을 만드는 캠페인도 함께 했습니다.
김경미: 유자학교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클린지구 캠페인>에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팩을 모아온 경험이 기억에 많이 남았나봐요. 제가 담임으로 있는 반에서 1년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을 신문으로 만드는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 수거에 참여했던 경험을 꼽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박소현: 아이스팩 수거 캠페인의 경우 유해물질 중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주제에 접근하면서 아이스팩을 활용해보자는 방향으로 중점을 두었습니다. 아이들이 부담없이 참여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프로그램 초반에는 뭘 가르치는 교육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 했구요. 아이들이 직접 아이스팩을 수거하기 위해 홍보하고,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에 대한 활용의 중요성을 직접 깨닫고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마을에서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을 진행한 어린이들
‘함께 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환경문제
김경미: 아이스팩 수거함을 직접 만들고 수거 장소 섭외부터 홍보와 배달까지, 그 모든 과정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교사인 저도 학생들이 수거한 수많은 아이스팩을 정리하며 분리수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학생들은 천마스크나 비누 등 유자학교에서 받은 친환경적인 물건들을 자연스레 사용하도록 했어요. 이런 과정을 경험한 후에 학생들이 플라스틱을 완전히 안 쓰겠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마음의 찔림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살면서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덜 만들려고 생각하게 된 것. 우리 학생들은 이런 공부를 하게 된 것이지요.
송한별: 학교와 여러 기관과의 협업에 대해 지역에서 매우 크게 호응했어요. 1회성으로 끝내기에 아깝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기관 별로 각각의 특성을 잘 살려 학생교육에 나섰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아름다운가게 동인천지점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원교육과 순환교육, 업사이클링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해주는 식으로요. 학생들은 지역 안에서 다양한 선생님을 만났던 과정을 흥미로워했어요.
유성훈: <클린지구 캠페인>의 재활용 장난감을 만들기는 집에 있는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내면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활용해 놀기 위한 활동이었죠. 일반적인 장난감을 만드는 학생도, 실용성 높은 물건을 만들어오는 학생도 있었어요. 이런 업사이클링 활동에서도 그 다음의 문제를 고민해야 해요. 업사이클링 장난감을 계속 쓸 수 없으니 올바르게 분리수거해야 하는 숙제가 생기지요. 업사이클링하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올바르게 버리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시사점을 갖게 됐어요.
온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며 유해물질과 플라스틱에 대해 배우고 실천했다
김경미: 유자학교를 학교 내부 수업으로 진행됐던 사례보다 저희 학교의 활동이 몹시 생생했다고 생각해요. 박소현 선생님이 아이스팩 수거 관련 18개 기관을 소개해주었고 아름다운가게 연계 같은 상황도 생겼고요. 복지관 연계가 없었다면 이렇게 관련 사업이 있다는 걸 빠르게 알지 못했을 거에요. 학생들에게 매우 입체적인 교육경험이었습니다.
박소현: 학생들에게도 그랬겠지만 저 자신에게도 환경에 대해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저도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요.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을 하면 마음이 찔리기도 하더라고요. 유자학교라는 활동이 없었으면 환경문제에 대한 지역의 필요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을 거에요. 학생들이 그렇게 많은 아이스팩을 수거할 줄 몰랐거든요. 학생들에게 플라스틱을 전달하는 지역 주민들도 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활동 연계가 잘 진행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자학교에 대해 떠올리는 마음
송한별: 유해물질 문제는 생산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요. 눈으로 볼 수 있는 직관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생산 차원에서 올바른 가치를 실천하려는 기업 생산자들을 만날 기회도 생겼으면 합니다. 만남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이 이뤄진다면 훨씬 더 의미가 깊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유자학교를 인근 학교와 연결해서 큰 물결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사회의 반향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큰 반향이 있을 거에요. 유자학교를 통해 유해물질 측정 기계도 경험해봤으면 하고요.
유성훈: 학교에 유자학교 같은 프로그램이 고정적인 커리큘럼으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정규 학습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관련 활동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역과 학교가 잘 연계되면 저희같은 단체에서도 환경 관련 캠페인을 고정적으로 가져가게 되겠죠. 이렇게 꾸준히 환경 관련 활동이 마을 안에서 진행되면 정말 큰 효과성을 지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인천 서흥초와 창영종합사회복지관 선생님들
양강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저희는 이번 교육을 실행하면서 함께 하는 선생님들과 이런 종류의 말을 많이 했어요. 이번에 각 단체에서 ‘환경’이라는 키워드로 이렇게 연결이 이뤄졌는데, 내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연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역할 분담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좀더 간결하게 갈 수 있겠지요.
송한별: 저의 개인적인 구상인데요. 내년에 마을 분들과 모험 놀이터 만들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아이디어와 유자학교를 결합해볼 생각이에요. 기존의 규격화된 놀이터에도 유해물질이 차고 넘칠 거거든요. 놀이터 사용자인 학생들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무엇이 유해한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함께 대안을 제시하면서 무엇이 생태와 공동체를 위한 것인지 다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요.
사업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해당 사업이 지닌 성과와 의의를 명확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로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지만, 학교와 마을이 서로의 울타리를 열고 함께 함으로써 환경문제에 대한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활동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 대해 고민한다면 학교와 마을이 연계된 이번 사례를 유심히 살펴봐도 좋겠습니다.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함께 공부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 그 안에서 학교와 마을, 학생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글 | 이상미
사진 | 송한별 (인천서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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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학교 활동이야기②] 유자학교,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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