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고무에 방부제 등의 첨가제가 들어간 화학물질 덩어리 ‘타이어’. 합성수지인 만큼 작게 마모되면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타이어 안에 든 독성물질이 환경을 오염시켜 연어 집단 폐사를 일으킨다고 한다. 타이어 한 개당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약 4킬로의 타이어 입자를 소모한다.(4킬로씩 떨어져 나온다는 사실) 헐….
기후위기 때문에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추세지만 전기차도 합성 타이어를 쓰는 것은 마찬가지. 그래서 이 문제는 더욱 답이 없는데, 더 속 터지는 사실은 어떤 화학성분이 타이어에 들어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연어 떼죽음의 원인마저도 오랫동안 이를 추적해온 과학자들(이라 쓰고 연어 덕후들이라 읽는다) 덕에 어렵게 밝혀졌다. 합성 타이어, 너를 어이할꼬.
타이어 분진은 합성고무, 필러, 연화제, 도로입자 등 타이어 파편의 혼합물이다. 주로 자동차를 가속하거나 제동할 때 타이어 분진이 발생한다. 타이어는 수명기간 동안 평균 4kg 마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 마모로 배출된 분진은 비나 바람에 의해 도로에 흩어져 있다가 빗물 배수구나 하수도를 통해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대기권은 물론이고, 심해 그리고 남극과 북극에서도 타이어분진이 검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타이어 분진 입자는 23나노미터(0.02미크론)보다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1차 해양 미세플라스틱 발생원 가운데 타이어 분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28%나 된다. 합성섬유(35%)에 이어 두번째로 큰 비중이다. 2019년 유럽에서도 타이어 마모가 미세플라스틱의 최대 원인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당시 전문가들은 타이어 분진 배출량을 감축하지 않으면 “생태학적 위험이 100년 안에 널리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020년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연구에서는 연어의 대량 폐사원인이 ‘타이어 분진’으로 밝혀졌다. 제니퍼 맥인타이어(Jenifer McIntyre) 워싱턴주립대 수생독성학 조교수는 수십년간 지속된 미국 워싱턴주 퓨젯사운드(Puget Sound)의 은연어 대량 폐사 원인이 타이어분진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인근 도로에서 채취한 실제 유출수에 연어를 노출시키자 해당 연어는 몇 시간 안에 죽었다. 이후 타이어 파편을 잘게 갈아 물에 담그자 실험한 모든 물고기들이 폐사했다. 집단폐사 원인은 ‘6PPD-퀴논’으로, 타이어 부식을 막기 위해 첨가되는 방부제 ‘6PPD’에서 나오는 독성화학물질이었다.
이 연구의 후속으로 맥인타이어 교수 연구팀은 올 1월 ‘6PPD-퀴논’이 은연어에게 미치는 독성이 ‘기존예상치보다 더 강하며 수생생물에게 매우 유독한 오염물질로 분류돼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오션프론티어연구소(Ocean Frontier Institute)의 대기미세플라스틱 전문가 스티븐 앨런(Steve Allen) 박사는 “이 연구결과가 타이어분진의 실제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타이어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수집하는 장치를 고안한 시오반 앤더슨(Siobhan Anderson) 석사과정 학생그룹 타이어콜렉티브(Tire Collective) 공동설립자는 “타이어분진은 미세플라스틱인 동시에 입자가 너무 작아 대기오염을 일으킨다”며 “크기가 10미크론이면 폐로 흡입될 수 있고 2.5미크론이면 세포막까지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타이어분진에 대한 대중 인지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