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암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부담을 주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과학자들이 있다. 직업성 암의 규모를 추정하여 사회가 질 부담으로 표현함으로써 관심과 대책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수년에 걸쳐 진행중이며, 이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그 결과 전체 암 사망자의 5.3% 전체 암 등록환자의 4.0%가 직업성 암으로 추정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는 매우 엄격한 추정치라고 밝혔다. 불분명한 자료를 사용하거나 잘못된 계산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기준을 강하게 적용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결과는 최소한 이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자료를 생산할 능력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직업성 암을 예방해야 한다는 적극적 인식이 아직 한국정부와 사회에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새로운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가 가야 할 길을 다시금 확인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현재 시점에서 직업성 암이 영국사회에 어느 정도로 사회적 부담을 발생시키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암의 부담을 측정하는 첫 번째 방법은 기여분율(AF, attributable fraction)을 구하는 것이다. 기여분율이란, 암을 일으키는 요인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발생된 직업성 암 환자의 비율이라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암환자 중에서 직업적인 발암물질 때문에 발생된 암환자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비율을 구하면 직업성 암 환자수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다. 발암물질에 노출된 것 이외의 다른 요인들을 제거하고, 여러 가지 종류의 발암물질에 중복 노출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의 1급 발암물질(Group 1)과 2급 발암물질(Group 2A)을 사용하였다.
2005년 직업 때문에 사망한 암환자는 전체 암환자의 5.3%로 8천23명으로 추정되었다. 남성은 8.2%(6366명), 여성은 2.3%(1657명)이었다. 암등록자료 중에서 직업성 암으로 추정된 숫자는 총 1만3694명(4.0%)이었다. 이 중 남성은 1만74명(5.7%), 여성은 3만620명(2.1%)이었다. 암의 발생부위 별로 볼 때 중피종, 부비동암, 폐암, 비인두암, 유방암, 비흑색종 피부암, 방광암, 식도암, 연부조직육종 그리고 위암이 전체 암 중에서 직업성 암의 비율이 2%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직업성 암의 종류별 발생자 추정치> | |||||
순위 | 암 종류 | 직업성 암환자 추정치(명) | 순위 | 암의 종류 | 직업성 암환자 추정치(명) |
1 | 폐암 | 5447 | 13 | 연부조직육종 | 27 |
2 | 비흑색종 피부암 | 2928 | 14 | 자궁경부암 | 18 |
3 | 유방암 | 1969 | 15 | 비인두암 | 16 |
4 | 중피종 | 1937 | 16 | 뇌암 | 14 |
5 | 방광암 | 550 | 17 | 다발성 골수암 | 10 |
6 | 식도암 | 188 | 18 | 흑색종(눈) | 6 |
7 | 위암 | 158 | 19 | 간암 | 5 |
8 | 비호지킨스 림프종 | 140 | 20 | 신장암 | 3 |
9 | 부비동암 | 133 | 21 | 췌장암 | 1 |
10 | 후두암 | 56 | 22 | 갑상선암 | 1 |
11 | 백혈병 | 40 | 23 | 림프조혈계암 | 1 |
12 | 난소암 | 33 | 24 | 골육종 | 0.1 |
계 | 13,679 |
석면, 교대근무, 광물유(절삭유와 같은 윤활유), 태양광, 실리카, 디젤연소물질, 콜타르피치와 같은 발암물질은 물론 도장공이나 용접공 같은 직업, 다이옥신, 간접흡연, 라돈, 테트라클로로에틸렌, 비소, 그리고 강산의 미스트(황산 등) 등이 영국에서 직업성 암을 100 명 이상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놀랍게도 여성의 유방암 중 4.53%(1957명)가 교대근무에 따른 심야노동의 결과라는 분석결과도 제시했다.
<표 3. 산업 및 직업에 따른 직업성 암 환자 추정치(명)> | ||
업종구분 | 산업 및 직업 | 직업성 암 환자 추정치(명) |
F | 건설업 | 4816 |
G-Q | 교대근무하는 일자리 | 1957 |
C-E | 금속노동자 | 1250 |
G-Q | 개인및 가사서비스업 | 804 |
F | 도로포장, 지붕포장업(건설업) | 541 |
G-Q | 육상운송업 | 505 |
F | 도장공(건설업) | 334 |
C-E | 광업 | 302 |
C-E | 인쇄 및 출판업 | 286 |
G-Q | 공공행정 및 국방 | 273 |
G-Q | 도소매판매 및 음식업 | 270 |
A-B | 농업 | 220 |
C-E | 광학기계제조업 | 206 |
C-E | 운송장비제조업 | 188 |
C-E | 용접공 | 181 |
C-E | 비철금속산업 | 159 |
C-E | 철강산업 | 135 |
C-E | 기타 화학물질제조업 | 123 |
C-E | 화학물질제조업 | 121 |
C-E | 기계제조업(전기기계제외) | 111 |
C-E | 도장공(비건설업) | 102 |
C-E | 요업 및 도자기제조업 | 98 |
G-Q | 위생 등 서비스업 | 95 |
C-E | 조립금속제품 제조업(기계기구제외) | 94 |
C-E | 전기가스업 | 89 |
C-E | 비금속제품제조업 | 75 |
G-Q | 오락 및 문화서비스업 | 69 |
C-E | 나무제품제조업(가구제외) | 69 |
C-E | 유리 및 유리제품 제조업 | 64 |
G-Q | 금융, 보험 및 부동산업 | 63 |
C-E | 종이제조업 | 61 |
C-E | 전기기기제조업 | 49 |
C-E | 석유정제업 | 48 |
G-Q | 운수서비스업 | 43 |
C-E | 가구제조업 | 34 |
A-B | 원예업 | 31 |
C-E | 섬유제품제조업 | 31 |
C-E | 수도업 | 29 |
C-E | 신발제조업 | 22 |
C-E | 가죽제품제조업 | 20 |
G-Q | 교육서비스업 | 18 |
G-Q | 항공운수업 | 18 |
G-Q | 통신업 | 17 |
G-Q | 의사, 치과의사, 각종 보건 및 수의사업 | 16 |
C-E | 음식품제조업 | 15 |
C-E | 기타 구분할 수 없는 플라스틱제조업 | 14 |
G-Q | 항공기 운전 및 승무원 | 14 |
C-E | 의류제조업 | 13 |
C-E | 고무제품제조업 | 12 |
A-B | 임업 | 11 |
G-Q | 사회복지업 | 11 |
G-Q | 수상운송업 | 11 |
C-E |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업 | 5 |
C-E | 기타 제조업 | 5 |
C-E | 음료제조업 | 4 |
G-Q | 기타 전문직 | 3 |
G-Q | 연구직 | 3 |
C-E | 석유석탄 기타제조업 | 1 |
C-E | 일반산업 | 0.5 |
C-E | 담배제조업 | 0.2 |
계 | 13679 |
이 연구는 최초로 영국에서 발생한 직업성 암의 규모를 정량으로 평가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연구를 통해 얻은 추정치에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부정확한 데이터 문제나 방법론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 연구에서는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인 추정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다고 전했다.
글: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