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찾아오는 유해물질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위한 강연 시리즈! 유자강연 다섯 번째 시간은 강우정(르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께서 열어주셨습니다.
생수는 언제부터 우리 생활에 자리잡게 되었을까요? 개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송이 제기되면서,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던 떄인 1988년부터 생수가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생수가 등장한 지 약 30년이 되었습니다.
생수의 환경문제, 특히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는 생수가 환경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우리 몸에도 좋지 않다는 유해물질 측면과 생수가 아닌 대안이 가능하고 변화의 물꼬를 시민들이 틀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생수 속에 든 유해물질
먼저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간과할 수 없겠죠. 수돗물은 미세 플라스틱이 생수보다 약 20배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 뿐 아닙니다. 고온과 자외선 노출시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가 용출되었다는 2022년 감사원의 발표가 나왔습니다. 고온과 자외선 노출이라면 편의점 앞에 생수가 쌓여있거나 한여름 생수를 차 안에 두는 경우 등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입니다. 생수에서 날씨가 더우면 환경호르몬, 발암물질이 나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생수인데도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쓰레기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이대로 두다간 생수가 기본값이 되는 세상이 될 거에요.
설문조사에 따르면 1020 세대의 경우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 정수기 물을 먹는 비율이 57%였으나, 단독가구 (본인이 선택하는 경우) 먹는 샘물이 61%를 차지합니다. 젊은 층일수록 생수를 ‘원래’ 마시는 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에서 자랐습니다.
오늘 발제를 해주신 르다 활동가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당연히’ 생수를 먹었다고 해요. 하지만 환경운동에 시작하면서 현재 수돗물을 먹는데 우선 환경이고 뭐고 돈도 안 들고 세상 편해서 좋다고 합니다. ㅎㅎ
국내 수돗물은 세계보건기구, 미 환경청, 유럽연합, 캐나다 등보다 검사 항목이 많고 더 까다롭게 관리됩니다. 그런데도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합니다.
현재 수돗물은 관리 방식을 바꿔서 염소 냄새가 많이 나지 않으며, 염소 문제 때문이라면 하루 동안 미리 받아두면 염소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또한 노후관 문제가 걱정된다면 노후관 교체를 요청할 수도 있고, 수돗물 상태를 무료로 점검해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대안이 필요하다
밖에서 물이 필요하면 생수 사 먹는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바로 다른 대안을 마련해두지 않기 때문인데요.
서울시내 음수대는 26,655대나 설치되어 있으나 대부분 학교, 공원 등에 있을 뿐이고, 실제 시민들이 생수를 많이 사먹는 다중이용시설 (기차역, 지하철, 스포츠 경기장, 버스정류장 등)에서는 음수대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공공 음수대 시민 모니터링단: 물찾았단’을 운영하였습니다. 지난 폭염 속에서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시민들이 직접 음수대를 모니터링했다고 해요. 원래 200곳이 목표였으나 열정으로 똘똘 뭉쳐 총 297곳를 모니터링해보았습니다.
이 결과를 아리수본부에도 전달하고 각 지자체에도 전달하면서 제대로 된 공공음수대의 설치와 운영을 요구하였습니다. 또한 어떻게 음수대가 운영되어야 할지 시민 아이디어도 모았어요.
- 따릉이 정류장에 공공음숙대가 설치되면 안 될까
- .음수대를 많이 찾는 여름철, 음수대 공간에 그늘막 설치하기
- 공공일자리를 통해 음수대 위생 관리를 하면 어떨까.
- 카카오맵, 네이버지도 등 지도 어플에 표시되면 어떨까.
- 음수대 주변에 수질 검사 항목을 쉬운 언어로 설명해 비치하거나, 안내판 잘 보이게 비치하면 어떨까.
캐나다에 설치된 공공음수대 모습인데요. 리필할 때마다 플라스틱 병을 줄인 개수를 표현해서 만족감을 줍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보연 샘께서 사진 제공)
좋은 변화도 일어났는데요. 관악구는 바로 제안사항을 받아들여 안내판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차역의 경우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으면 변화하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시민들이 공공음수대와 생수가 아닌 대안에 관심을 갖고 민원을 넣지 않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다들 생수를 사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여성환경연대는 이런 상황을 바꿔내기 위해 10월까지 서울역을 대상으로 집중 음수대 민원 액션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서울역서 캠페인을 하니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액션 참여 bit.ly/seoul_station
코레일 로그인 > 불편 / 개선 카테고리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의견 제출하기 : “서울역 대합실에 플라스틱 생수 대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공항처럼 잘 관리되는 공공음수대를 설치해주세요.”
코레일 회원가입을 안 하신 경우 휴대폰 본인 인증을 거치면 비회원으로 참여 가능
코레일은 수요와 관리 문제 등을 핑계로 공공음수대 설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사실 공항 음수대의 경우 실제 시민들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역 등 기차역도 충분히 가능하겠죠?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심화되면서 투명 페트병 생수, 무라벨 생수, 경량 페트병 생수가 나오고 친환경 생수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과연 생수가 친환경 제품일까요? 친환경 생수가 가능할까요?
생수가 아니라 쓰레기 없고 유해물질도 없는 대안이 자리잡은 사회를 바래봅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지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수돗물을 마시거든요. 우리도 그런 사회를 만들면 좋겠어요!